2019 전국성인문해교육 시화전 - 조○자 ( 최우수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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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전국성인문해교육 시화전 - 조○자 ( 최우수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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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막눈에 뜨는 볕

 

2019 전국성인문해교육 시화전 - 조○자 ( 최우수상 )

까막눈에 뜨는 볕

평생을 남편 그늘아래 살다보니

글을 배울 생각은 하지도 않았는데

막상 남편을 떠나보내고 보니

막막한 현실에 슬픔은 온데간데없고

무섭고 떨린 마음에 은행가는 일은 엄두도 내지 못했네.

 

글자라고는 간신히 내 이름 석 자만 그림 그리듯 그릴뿐이라서

아들 딸 모아놓고 이제라도 글을 배우고 싶다고 하니

골머리 터지니까 그냥 모르는 대로 살라고 하는 자식들이

그저 야속하고 서운하여 펑펑 눈물을 쏟으며

그래도 죽기 전에 꼭 글자를 배우고 싶다고 우겨

어렵게 지금의 야학에서 공부를 시작했네.

 

난생 처음 보는 이상하게 생긴 글자들

도대체 뭐가 기역이고 뭐가 니은이라는 건지

도통 헷갈려서 죽겠다.

죽어라 따라 읽고 쓰기를 반복해도

칠판에 나가서 쓰려고 하면

머릿속이 하얘져 한자도 생각이 나지 않는데

야속한 선생님은 자꾸만 글을 써보라 한다.

 

여러 번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자식들 앞에서 흘린 눈물이 부끄럽기도 하고

기왕에 발을 디뎠으니 끝까지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이년을 넘게 낮에는 노인 일자리로 도시락 배달을 하고

밤에는 매일매일 공부하러 다녔더니

이제는 받침 없는 글자가 눈에 들어오고

무섭고 떨려서 가지 못했던

은행에 가서 기초연금 찾는 전표도 쓰니

까막눈에도 볕이 뜨는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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