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전국성인문해교육 시화전 - 강○규 ( 최우수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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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15 09:11
까막눈 세상
2018 전국성인문해교육 시화전 - 강○규 ( 최우수상 )
까막눈 세상
늘 내 눈이 되어 주던
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은
글을 모르시는 어머니와 내게
모든 게 깜깜한 세상 같았다.
겨우 내 이름만 쓸 줄 알아
시집간 여동생에게만 의지하다가
초등학생 조카에게 한글을 가르쳐 달라고 하니
어른이 한글도 모르냐고 한다.
답답한 마음에 장애인학교에 입학을 하였지만
글자는커녕 버스번호도 읽을 줄 몰라
때로는 엉뚱한 버스를 타기도 하다가
결국 매일 두 시간씩 걸어 다니면서
1,2,3,4, ㄱ, ㄴ을 배우는데
도통 머리에 들어가지를 않아
스스로 머리를 쥐어박으며 읽고 읽고 또 읽고
그렇게 문해 공부를 시작한지 칠 년
야구장, 배구장 못 가는 곳이 없고
새로 들어온 친구에게 공부도 가르쳐주니
내가 선생님이 된 것 같기도 하다.
아직도 어려운 글자는 헷갈리지만
포기하지 않으면 까막눈 지적장애인에게도
환한 세상이 올 수 있다는 걸 알려
많은 장애인이 글을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